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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쯤 인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학교가 끝나고 학원을 가려면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했어요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엘레베이터 안에는 남자학생2명이 타고 있었어요(그 아이들 얼굴도, 나이도, 기억나지 않아요 모르는 아이들이었어요)

얼핏 저보다 한두학년 위였던거 같긴해요

 

여튼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내릴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엘레베이터 불이 꺼졌어요

정말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저를 강하게 눌렀어요

꽉 껴안은 것 같기도 하고... 숨이 좀 막혔어요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고, 신체의 어떤 부위를 누군가가 만지거나 그런건 또 아니었고.. 뭔가 엄청난 일을 당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멍청히 당하고 있었던것 같아요  
그러다가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고 저는 급하게 내렸어요

 

겁이 나서 뒤를 돌아 볼 수 없었고 저는 곧바로 교실로 들어갔어요

제가 좀 일찍 학원을 간 거였어서 교실엔 아무도 없었어요

책상의자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한동안 숨을 골랐어요

 

그리고는 아무것도 아니다 세뇌를 하기 시작했던것 같아요
곧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왔고, 수업을 들었고, 이후 저는 일상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지금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한번씩 그때 일이 생각납니다

제가 너무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괜히 무섭고 불편해서
아무에게도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어찌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일수도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린 남자아이들의 호기심에 엘레베이터라는 공간에서 여자아이들에게 하면 안되는 장난을 한 것 같아요

그 강도가 심하지 않았을 뿐.. 성추행을 한거였던것 같아요

 

더 큰 일을 안겪은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되기도 해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 당연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합니다

가슴아프죠

 

 

밑에 왜 성범죄가 다른 범죄보다 중하게 처벌되냐고 물은 글이 있길래
이렇게 대답해 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 겪은일, 누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겠죠?

그렇지만 저는 그 당시 그 어린 나이에도 이것이 뭔가 단순한 폭행이나 장난이 아니라
성적으로 불쾌감을 느꼈어요

 

그리고 30살이 넘은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불쾌하고 속상하고 가슴이 아프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성범죄는 그런것 같습니다

하물며 저같이 약한 강도의 추행을 겪었음에도 이러한데, 훨씬 더 심한 일을 겪은 분들은... 죽을때까지도 그 기억 잊지 못하고
아픔속에서 살아가실 것입니다

 

누가 한대 때리면? 맞을때 아프고 기분 나쁘지만 살다보면 잊혀지겠죠

누가 성추행을 하거나 성폭행을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피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주위 지인들 모두를 죽이는 일일거에요
 

어떻게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의 4학년때 일, 남이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30년 가까이 비밀로 지켜져 온 저만의 비밀이야기였거든요
여기 나름? 익명게시판이니까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성범죄는... 이렇게 힘든거에요...

저렇게 별거 아닌 이야기조차.. 입밖에 꺼내기 힘든거... 피해자가 사회에서 당당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것이 성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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