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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서글픈 김지영을 살아간다.

 

[82년생 김지영]은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다.

 

요즈음 페미니즘이 화두 아닌가. 미투와 더불어.

아니..아니다.

"페미니즘의 발악"이 화두인건가.

 


한창 페미니즘이 들고 일어나 너도 나도 유치할 정도의 자기 방어와 조금이라도 그에 반하는 의견을 내면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다.

대표적으로 유아인의 "오이" 사건

개인적으로 나 역시도 페미니스트적 성향이 과한 편이다.

그러나 유아인의 "오이" 발언은 진 정 페미니즘에 반하고 그에 대해  반응하는 "여자"들은 과연 페미니스트인가.

 

 

 

왜 우리 여자들은 저런식으로 우르르 몰려가, 무조건 식으로 마녀사냥을 하였는가.

 

 

 

사실 나는  그들이 유아인에 다는 댓글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유아인이 어떤 행동 땜에 욕을 먹고 있는지를 진정 이해하고 이런 행동들을 하는지가 몹시 궁금했었다.

다시 말하보자면 나 역시도  어린 시절에는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말하던 여자아이였고 내 롤모델은 신사임당이었다.

철들면서는 그 때의 나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삼십대의 여성이다.

 

그떄는 현모양처가 진짜 뭔지, 내가 왜 현모양처가 되고 싶은지 몰랐었다.

다만  현모양처라는 건 커리어우먼과 반대되는 여성스럽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의 총칭인 줄 알았던 멍청함.

 

 

나는 유아인의 들썩거리는 인스타 속의 여자들.

 

그녀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너무나도 그들이 이해되었다.

 

이해와 타협과 관용을 통해 동등하게 서고자했던 우리 여자들은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그래도 이해하고, 이해하다 마침내는 폭발해버린거다.  

- 이해따위. 너네는 모르는데 나는 왜 해야해?

- 너희 남자들은 여전히 그걸 잘못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계속 그렇게 습관처럼 행동하는데 왜 나는 이해애햐하는가?

- 나도 똑같이 행동해주겠어 

 

하는 것 같은? 그런 서글픈 악다구니같았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랍시고 너도나도 들고 일어나는 걸 욕할 수가 없다.

 

그녀들은 나다.


82년생 김지영.

이 소설도 그렇다.

양자 타협의 시각이 아닌,

철저히 여자와, 남자의 입장을 흑백으로 전형화하여 보여준다.

 

82년생 김지영씨가 이렇게 아픈 이유는 여성을 여성으로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 때문이며 

오랜 시간 여자들의 우위에 서온 남성이 가해자이며 동시에 같은 여자들( 아들을 고집하는 김지영의 할머니) 역시  그 가해자다.

 

책의 화자이자 관찰자인 정신과 의사는  김지영씨가 왜 그런지, 그녀의 정신을 어루만지고 역을 처방하여 완화시키려하는 치유자역할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녀를 아프게 하는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회의 일원 중 하나이며 

자신의 집에 "또다른 김지영씨-정신과 의사의 아내-"를 만들고 방치하는 가해자인거다.

(82년생 김지영의 병증을 파헤치고 그녀를 낫게하려는 의사의 집에는 또 다른 "몇년생일지 모르는 김지영"이 희생을 요구받고 자신의 능력 발휘를 포기당한 채 초등학생 아들의 수학문제를 푸는 정도의 작은 희열에 만족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아이러니같으니.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는 것.

 

여성들의 위치는 내 어릴 떄와 비교해서 굉장히 높아졌지만 또 높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82년생 김지영들이 살아간다.

 

 

그 사실이 서글프게 와닿는 소설이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녀들의 서글픈 발악들,

그러니 유아인의 인스타를 마녀사냥하는 그녀들을,

요즈음 용감하게 #미투 를 외치는 그녀들을

 

"뭐 얼마나 피해받았다고 저렇게 이성적이지 못하게 행동하지?"

라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폭발한 거니까.

 

모든 남성분들이 가해자는 아닐 것이며 모든 남성들만 가해자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당신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그냥 조금만 더 이해해줬으면 하는 것. 

언제나 그렇 듯 조금씩 더 나아가 결국에는 동등해졌으면 하는 것. 그것이다.

 

그러니 우리 여성들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약간의 관용이라도 가지고 있는 남자분이 있으시다면  [82년생 김지영]이 아주 적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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